축 사

KAIST, 한반도를 넘어서
전 세계에 ‘희망의 횃불’로 미래를 밝히다

세월이 흘렀습니다. 1960년 3월 미국 미시간주립대 John A. Hannah 총장님의 특별 장학금으로 제가 도미 유학길에 오른 것이 엊그제 같습니다.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Princeton Plasma(핵융합) 연구소에서 박사 후 과정을 끝내고 MIT 핵공학과 연구교수로 재직 시 하버드대 과학기술정책 과정을 이수하면서 쓴 논문이 “개발도상국에서의 두뇌유출을 막으려면 개발도상국 내에 세계 최고 가는 이공계 특수 대학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1969년 Hannah 총장이 USAID 처장에 취임하면서 이 논문을 읽으시고 박정희 대통령께 “한국이 이러한 특수 대학원을 만들어 한국 발전을 하겠다면 USAID는 전폭적인 기술적·재정적 지원을 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 KAIST 설립의 시작이 되었던 것입니다. 1970년 4월 8일 대한민국 경제과학심의회에서 과학원 설립을 결정하였고 과학기술처에서 과학원법을 준비하여 그해 7월 16일에 국회 통과를 보았습니다. USAID는 설립 타당성 조사단을 파견하여 한국과학원 설립에 필요한 기술지원과 600만 달러의 재정지원을 약속하였던 것이 오늘날 설립 50주년을 맞이하는 KAIST라는 놀랍고도 아름다운 열매로 발전된 것입니다.

지난 50년간 외국 대학 및 연구소의 좋은 직장을 마다하고 고국에 돌아와 KAIST에서 정성을 다하여 후배 양성에 귀한 헌신을 하신 교수님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또한 KAIST의 교육을 심혈을 기울여 이수하고 대한민국이 이룩한 ‘한강의 기적’의 주인공이 되신 KAIST 졸업생 모든 분들께 감사와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KAIST는 이제 한반도를 넘어서 전 세계에서 과학기술계 최우수 연구 교육기관으로 우뚝 서게 되었습니다. KAIST 졸업생들은 한국의 교육기관·연구기관·산업기관에서 놀라운 업적을 이루고 있습니다. 많은 나라들이 KAIST의 교육 연구 모델을 따라 스스로의 발전에 희망을 걸고 그들의 KAIST를 설립하고 있습니다. KAIST는 한반도를 넘어서 전 세계에 ‘희망의 횃불’로 미래를 밝혀 주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만드는 데 앞장서 오신 KAIST의 교수·학생·후원자 여러분은 이제 봉사와 헌신으로 사려깊은 전문가의 역할을 전 세계로 나아가 해내실 줄을 굳게 믿습니다. 국내외의 많은 KAIST 가족들이 대한민국을 21세기 초일류국가로 발전시켜 주실 것임을 확신하면서 설립 50주년을 함께 기립니다.

2021년 2월 16일
한국과학기술원 설립 제안자 정 근 모